치과 신경 손상으로 보상 신청한 30대 여성, 조정위 결과가 달라진 결정적 요인
퇴근길 지하철 3-2칸. 19시 12분. 김모 씨(34)는 왼쪽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습니다.
“여긴 늘 얼음 같았어요.” 충치 치료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죠.
말끝을 흐리다 김 씨가 웃었습니다. “웃는 척이죠. 왼쪽은 잘 안 움직여서.”
치과 신경 손상은 병원 현관을 나서는 순간 끝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식탁과 양치대, 회의실에서 시작됩니다. 김 씨는 의료분쟁 조정위 문 앞에서 한 번 좌절(기각)했고, 3개월 뒤 판정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 첫날 기록: 젓가락을 떨어뜨린 저녁
6월 3일, 치료 바로 다음 날. 김 씨는 매운 김치찌개를 먹다 젓가락을 떨어뜨렸습니다. “뜨거운지 모르겠어서요.” 그날 메모앱에 이렇게 썼습니다. ‘왼쪽 아래 입술 시림 6/10, 따뜻한 물 온도 감지 어려움, 씹을 때 둔함.’ 짧은 문장이지만 이후 모든 판단의 첫 타임스탬프가 되었습니다.
2) 병원의 대답: “시간 지나면 나아집니다.”
7일 뒤 재내원. 차트에는 “일시적 감각 저하—경과 관찰” 한 줄. 마취 바늘 위치, 드릴 깊이, 시술 각도 같은 세부는 비어 있었습니다. “그냥 기다려 보세요.” 말은 가벼웠지만, 기다림은 무거웠습니다.
3) CT 한 장, 그리고 정합성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촬영한 CT에는 하치조신경 라인과 시술 부위가 겹치는 프레임이 찍혔습니다. 시술(6/3) → 증상 발현(즉시/지속) → CT(7/5), 시간의 방향과 영상의 흔적이 맞물렸죠.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손상 가능성이 있습니다.”
4) 1차 조정위 결과: 기각
의무 기록이 부족했습니다. 환자 진술, CT 한 장, 그리고 영수증 몇 장. 조정위는 “합병증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 씨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끝내라는 뜻이겠죠?”
5) 반전의 스위치: 녹음 · 문자 · 타임라인
김 씨는 휴대전화 음성메모를 뒤졌습니다. 5월 31일 상담 녹음. 의사의 말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신경 근처까지 깊게 들어갈 수 있어요. 음… 위험할 수도…” 다음 폴더엔 시술 전/후 문자 기록. 이걸 A4 한 장 타임라인 표(날짜 | 행위 | 증거 | 관찰)로 묶었습니다.
항목 | 1차(기각) | 재심(보상) |
---|---|---|
증거 구체성 | 환자 진술 중심 | 상담 녹음+CT+일지 정합 |
기록 적정성 | 시술 세부 기록 공백 | 의무기록 사본+대학병원 소견 |
설명의무 | 일반적 합병증 고지 | 구체 위험·대안 설명 미흡 확인 |
결론 | 병원 책임 부정 | 주의의무 일부 위반 인정 |
6) 말의 무게: “웃는 척이죠”
재심 날, 김 씨는 입꼬리를 조심스럽게 올렸습니다. “웃는 척이죠.” 농담처럼 말했지만, 한쪽이 따라오지 않는 표정은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제 얘기를 기록으로 가져왔어요.”

7) 당신도 따라 할 수 있는 ‘증거 설계 7단계’
- 증상 일지(하루 2회): 날짜/부위/강도(0~10)/생활 영향(식사·발음·업무) 기록
- CT/X-ray 원본: DICOM 파일+판독지 확보(USB/클라우드 2중 보관)
- 의무기록 사본: 차트·마취록·수술기록·동의서(의료법 제21조 근거)
- 상담 녹음/문자: 위험·대안·경과 안내의 구체성 체크
- 타임라인 1장: 날짜 | 행위 | 증거 | 관찰, 4열 표로
- 2차 소견: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필요 시 신경전도 검사
- 조정위 서류: 신청서+감정 동의서+증거목록(페이지 부여)
8) 보상 범위와 산정 요소(현장 체감 버전)
손상 정도 | 일상 변화 | 주요 증거 | 예상 범위 |
---|---|---|---|
경미(≤2개월) | 온도 감각 둔화 | 증상 일지+외래 기록 | 100~200만원 |
중등도(≤6개월) | 발음·식사 불편 | CT+의무기록 사본 | 300~800만원 |
중증(≥1년) | 영구 감각저하 | 감정서+직업상 불이익 | 1,000~2,000만원+ |
※ 실제 보상은 손상 정도·직업 영향·치료비·정신적 손해 등 종합 고려.
9) 조정위 판단의 키워드 3가지
- 기록: 시술 세부(드릴 길이·각도·마취 위치)에 빈칸이 없는지
- 설명의무: ‘일반적 합병증’이 아닌 구체 위험/대안/예상 경과를 말했는지
- 일관성: CT·차트·일지·문자·녹음의 타임라인이 맞물리는지
10) 자주 묻는 질문(FAQ, 현장식 답변)
Q1. 치과 신경 손상은 모두 과실인가요?
A. 아닙니다. 불가피한 합병증도 존재합니다. 다만 기록 공백+설명의무 미흡+정합성 있는 증거가 겹치면 과실로 이동합니다.
Q2. 변호사 없이도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증거 설계가 핵심입니다. 어려우면 ‘증거 목록표’와 ‘질의서 초안’만이라도 자문을 받으세요.
Q3. 기각이면 끝인가요?
A. 아닙니다. 재심이 있습니다. 1차에서 부족했던 부분(녹음·차트·CT 정합성)을 보강해 다시 올리세요.
Q4. 회복되면 보상은 줄어드나요?
A. 경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회복돼도 치료비·일시적 불편 위자료는 일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5. 실손보험은요?
A. 약관과 코드에 좌우됩니다. 비급여 검사·치료는 일부 보상 가능하나, 의료과실 입증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Q6. 치과에서 CT 원본을 안 준다는데요?
A. 환자에게는 열람·사본 교부 권리가 있습니다(의료법 제21조). 발급 거절 사유가 제한적입니다.
Q7. 설명의무는 어디까지인가요?
A. 일반적 합병증 나열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서 예측 가능한 위험·대안·경과를 구체하게 말해야 합니다.
Q8. 민사로 가면 유리한가요?
A. 사건별로 다릅니다. 다만 기록이 빈약하면 의사 측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시 취지가 축적돼 있습니다.
오늘, 내게 남은 문장 하나
김 씨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그냥, 기억 대신 기록을 택했어요.” 그 한 장의 타임라인이 조정위의 결론을 바꿨습니다. 당신도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메모앱을 열고, 날짜를 쓰고, 강도를 적고, 증거를 모으는 것. 작은 습관이 큰 방향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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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의료·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의 진료, 분쟁 대응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